상견례를 앞두고 긴장하는 부모님들에게: 좋은 사돈이 되는 첫 번째 발걸음
새로운 인연을 맺는 첫걸음인 상견례를 앞두고, 조심스럽고 긴장되는 부모님들이 서로에게 깊은 존중을 남기는 상견례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1. 설렘과 긴장, 두 가족이 마주 앉는 첫 길목에서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만남을 경험하지만,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양가 부모님이 처음으로 마주 앉는 '상견례'만큼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신경 쓰이는 자리가 또 있을까요. 내 금쪽같은 아이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데려와 정식으로 소개하는 자리이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두 가족이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첫 길목입니다.
그렇기에 마음속에는 "그저 우리 아이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 "상대방 가족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득 차오릅니다. 평소보다 옷차림에 더 정성을 들이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연습해 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간혹 분위기를 조금 더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싶어서, 혹은 긴장한 마음을 감추려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대 가족이나 자녀들의 마음에 작은 그늘을 만들기도 합니다. 상견례라는 자리의 본질은 어느 집안이 더 대단하고 훌륭한지를 증명해 내는 시험대가 아닙니다. 앞으로 긴 세월 동안 하나의 커다란 울타리가 될 사람들이 서로에게 '편안함'과 '존중받고 있다'는 따스한 확신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첫 단추를 부드럽게 끼우고 싶은 모든 부모님을 위해, 상견례 자리에서 마음 깊이 새겨두면 좋을 세 가지 지혜를 나눕니다.
2. 자식 자랑이라는 달콤한 함정에서 내려오기
부모에게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인생의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험한 세상에서 바르게 자라 번듯한 직장을 갖고,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자녀를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지요. 그래서 첫 만남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자 자녀의 이야기를 시작하곤 합니다.
"우리 애가 학교 다닐 때부터 참 똑똑했어요."
"이번에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연봉이 꽤 올랐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자녀를 소개하고 칭찬하는 소소한 대화처럼 시작되지만, 이 이야기가 조금씩 길어지고 직업이나 학벌, 집안의 조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상대방의 마음은 서서히 무거워집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듣는 이에게는 묘한 비교나 은근한 우위를 드러내려는 과시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성실함과 밝은 성품을 자연스럽게 칭찬하는 것과, 눈에 보이는 조건을 늘어놓는 것은 한 끗 차이입니다. 내 자식이 귀하고 대단한 만큼, 상대방의 자녀 역시 그 집안에서는 목숨보다 소중하게 키워낸 최고의 보물임을 먼저 헤아려주어야 합니다. 내 아이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말을 보태기보다는,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아이가 우리 아이의 짝이 되어주어 참 감사하다"는 겸손한 환대로 대화를 채울 때, 상대방 부모님의 마음 빗장도 스르르 열리게 됩니다.
3.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는 잠시 문밖에 두고서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식장 식대부터 시작해서 살 집은 어떻게 마련할지, 결혼 비용의 분담은 어떻게 할지, 예단과 예물은 또 어떤 형식으로 주고받을지 등 조율해야 할 현실적인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로서 자녀들이 고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출발하길 바라는 마음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양가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상견례 자리에서 이 무거운 이야기들을 성급하게 꺼내 드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충분한 교감이나 사전 논의 없이 상견례 식탁 위로 집 이야기나 구체적인 비용 문제가 올라오면, 그 순간 정성스레 준비된 음식의 맛도 잊혀질 만큼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맙니다.
자녀들 역시 부모님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지요. 돈과 절차에 관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예민한 조율은 상견례를 치르기 전이나 후에, 자녀들을 통하여 양가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주고받으며 서서히 조율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첫 만남의 자리만큼은 오롯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서로의 살아온 결을 느끼고 덕담을 나누는 정서적 교감의 시간으로 채워두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4. 평가하고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생기는 온기
상견례 자리에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행동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의 자녀를 '심사위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이의 직업적 전망을 조심스레 평가하거나, 성격의 단점을 은근히 지적하는 행동, 혹은 결혼 후의 생활 방식에 대해 훈계를 늘어놓는 행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결혼하면 남자는 모름지기 이래야지."
"우리 집안은 원래 법도가 이렇다네. 며느리가 들어오면 이건 배워야 해."
말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인생의 선배로서 건네는 다정한 조언이나 집안의 문화를 소개해 주는 가벼운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부모나 장인·장모를 마주한 자녀의 입장에서는, 이 한마디가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감시하겠다는 커다란 신호탄처럼 들려 깊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상견례는 며느릿감이나 사윗감을 오디션 하듯 심사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집에 와주어 고맙다", "너희 둘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부모로서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축복을 보내주는 자리여야 합니다. 조언과 가르침은 관계가 충분히 깊어지고 신뢰가 쌓인 먼 훗날에 건네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5. 가장 좋은 부모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입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많은 부모님이 "내가 오늘 실수를 하지는 않았나", "말을 너무 안 해서 어색했나" 하며 후회 섞인 고민을 하십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할 것은, 상견례에서 가장 빛나는 부모는 화려한 언변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장 훌륭한 부모님은 상대방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따뜻한 미소로 귀를 기울여주고, 자녀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불필요한 비교나 평가를 하지 않는 넉넉한 품을 가진 분입니다. 말솜씨가 조금 서툴고 중간중간 짧은 침묵이 흐르더라도, 눈빛과 태도에 담긴 진심 어린 존중은 상대방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되게 마련입니다.
결국 첫 만남이 끝난 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 집안이 얼마나 부유한가", "어떤 대단한 스펙을 가졌는가"가 아닙니다. "참 따뜻하고 상식적인 분들이구나", "내 소중한 아이를 믿고 보낼 수 있는 든든한 품을 가진 가족을 만났구나" 하는 인간적인 신뢰와 인상입니다.
좋은 사돈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억지로 내 방식을 강요해 바꾸려 하지 않는 아주 작은 존중에서부터 싹이 틉니다. 자녀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그 귀한 첫걸음이, 부모님들의 넉넉한 배려 속에서 한없이 따사롭고 편안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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